사업을 하다 막히면 대개 두 가지가 동시에 궁금해집니다. 지금 나를 막고 있는 게 정확히 어떤 규제인가, 그리고 그걸 고쳐 달라고 어디에 말해야 하나입니다. 이 둘을 한 곳에서 다루는 창구가 규제정보포털이고 주소는 www.better.go.kr 입니다. 국무조정실이 운영합니다. 여기가 다른 국민참여 창구와 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정책을 제안하는 곳이나 민원을 넣는 곳과 달리, 이곳에는 부처별로 등록된 규제를 조문 단위로 찾아보는 화면이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규제를 고쳐 달라고 낸 건의에는 답변 기한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17조는 누구든지 위원회에 (…) 기존규제의 폐지 또는 개선을 요청할 수 있다
고 하고, 통보를 받은 행정기관의 장은 책임자 실명으로 성실히 답변하여야 한다
고 적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은 그 답변을 접수일부터 14일 이내로 못 박았습니다. 다만 아무 불편이나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규제가 아닌 건의는 다른 창구로 넘어갑니다. 그 경계부터 갈라 놓겠습니다.
규제건의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순서를 뒤집어서 이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시간을 버리기 때문입니다. 규제정보포털의 건의 창구인 규제신문고는 ‘불편한 것 전부’를 받는 곳이 아닙니다. 규제건의 안내 화면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규제’ 건의가 아닌 고충민원, 법령해석 및 정책제안 등 ‘비규제’ 건의는 국민신문고(국민권익위원회 운영)로 접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행정규제는 정해진 뜻이 있습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2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 등 또는 조례·규칙에 규정되는 사항
이라고 적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2조는 그 범위를 네 갈래로 늘어놓습니다. 허가·인가·면허·승인·지정·시험·검사·검정처럼 요건과 기준을 정해 놓고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것, 허가취소·영업정지·등록말소·시정명령·조사·단속처럼 의무 이행을 확보하려고 하는 처분과 감독, 고용의무·신고의무·등록의무·보고의무·명의대여 금지처럼 영업과 관련해 무언가를 하게 하거나 못 하게 하는 것, 그 밖에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행위입니다. 영업을 하려면 무엇을 받아야 하고 무엇을 내야 한다는 형태면 대체로 여기에 듭니다.
| 내 상황 | 가는 곳 | 하는 일 |
|---|---|---|
| 내게 걸리는 규제가 뭔지 모르겠다 | 규제정보포털 > 규제개요 > 규제현황 | 부처를 골라 등록규제를 조문 단위로 본다. 지자체 규제는 옆 탭에 따로 있다 |
| 이 규제를 없애거나 고쳐 달라 | 규제신문고 > 규제건의 | 행정규제기본법 제17조의 정비 요청이다. 답변 기한이 정해져 있다 |
| 신기술이라 규제가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 규제샌드박스 > 신속확인 | 포털 상단 규제샌드박스 메뉴에서 분야를 고른다. 창구가 분야마다 다르다 |
| 앞으로 생길 규제를 미리 보고 싶다 | 규제합리화위원회 > 규제심사 | 심사일정과 심사결과, 예비심사결과가 공개돼 있다 |
| 고충민원·법령해석·정책제안이다 | 국민신문고 | 규제신문고 안내가 이 셋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로 가라고 적어 두었다 |
반대로 처음부터 빠지는 것도 있습니다. 처리절차 안내는 「행정규제기본법」을 적용받지 않는 행정규제 비해당 사항은 원칙적으로 처리 제외 대상
이라고 적고 목록을 붙여 두었습니다.
| 규제신문고에서 원칙적으로 처리하지 않는 사항 |
|---|
| 국회·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의 사무 |
| 형사·행형 및 보안처분에 관한 사무 |
| 과징금·과태료의 부과 및 징수에 관한 사항 |
| 「국가정보원법」에 따른 정보·보안 업무 |
| 병역·민방위·재난안전 법령에 규정된 징집·소집·동원·훈련 |
| 군사시설·군사기밀 보호 및 방위사업 |
| 조세의 종목·세율·부과 및 징수에 관한 사항 |
이 가운데 실무에서 자주 걸리는 것이 과징금·과태료와 조세입니다. 과태료가 과하다거나 세율이 부담이라는 건의는 규제신문고가 다루는 범위 밖입니다. 다만 과태료를 물리는 근거가 된 신고 의무나 등록 의무 자체를 고쳐 달라는 것은 규제 건의가 됩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어디를 겨냥해 쓰느냐로 갈립니다.
범위를 벗어난 건의를 냈다고 그냥 버려지지는 않습니다. 규제신문고 자주묻는질문은 규제개선 건의에 해당하지 않는 ‘민원’은 신속한 처리를 위해 ‘국민신문고’로 이첩하여 처리하고 있습니다
라고 적었습니다. 이때 놓치기 쉬운 것이 답변을 보는 자리입니다. 이첩됐어도 답변은 국민신문고가 아니라 규제신문고의 「나의 신청내역」에서 확인한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규제현황에서 내게 걸리는 규제 찾는 법
규제정보포털이 다른 국민참여 창구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입니다. 제안하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찾아보는 기능이 있습니다. 첫 화면 위 규제개요 메뉴 아래 규제현황이 그것입니다. 탭이 중앙부처와 지자체 둘로 갈립니다.
중앙부처 화면은 부처를 먼저 고르는 방식입니다. 위쪽에 부·위원회가 늘어서 있고 아래에 처·청이 따로 있습니다. 부처를 고르고 검색어를 넣으면 그 부처가 등록한 규제가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법령 조문 단위로 나온다는 점입니다. ‘○○ 분야 규제’ 같은 뭉뚱그린 제목이 아니라, 어느 법 몇 조가 규제인지가 붙습니다. 건의서를 쓸 때 규제의 내용 칸에 이 조문 번호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 부처가 소관을 다투느라 시간을 끄는 일이 줄어듭니다.
결과 화면에는 작은 표시가 붙습니다. 화면 안의 아이콘 안내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표시 | 이름 | 읽는 법 |
|---|---|---|
| 규 | 규제조문 | 그 조문 자체가 규제로 등록돼 있다는 표시다 |
| 위 | 규제를 위임한 조문 | 이 조문이 아래 단계 법령으로 규제를 넘겼다는 뜻이다. 실제 요건은 시행령·시행규칙·고시에 있다 |
| 국 | 근거법령이 국제조약인 조문 | 국내 사정만으로 고치기 어려운 규제라는 신호다 |
| 조례 | 지자체에 위임한 조례보기 | 같은 규제라도 지역에 따라 내용이 갈린다는 뜻이다 |
이 표시를 읽을 줄 알면 헛걸음이 줄어듭니다. 특히 위 표시가 붙은 조문은 법에는 큰 틀만 있고 실제 요건은 시행령이나 고시에 있다는 뜻입니다. 법을 고쳐 달라고 쓸 일이 아니라 고시를 고쳐 달라고 써야 할 사안입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17조 제1항이 정비 요청 대상을 고시(告示) 등 기존규제
라고 적어 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조례 표시가 붙었다면 같은 규제라도 지역마다 내용이 다르다는 신호이고, 이때는 중앙부처가 아니라 지자체 규제신문고가 맞는 창구입니다.
규제현황 말고도 찾을 자리가 더 있습니다. 규제입법현황은 정부입법과 국회입법으로 나뉘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규제를 봅니다. 관련법령 메뉴에는 행정규제기본법과 시행령, 행정조사기본법과 시행령이 바로 열리게 걸려 있습니다. 행정조사기본법은 점검이나 조사를 나왔을 때 절차를 따질 근거가 되는 법입니다. 자료마당에는 생활법령·규제가 따로 있어 조문보다 쉬운 설명을 찾을 때 쓸 만합니다. 부처를 아예 모르겠으면 화면 맨 위 통합검색에 업종이나 키워드를 넣습니다.
규제개선 건의 신청 방법과 조회하는 법
신청 방법이 홈페이지 하나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시행령 제12조 제1항은 정비 요청을 서면·팩스·구술·전화·전자우편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 입력 등의 방법
으로 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구술과 전화가 조문에 들어 있습니다. 규제신문고 처리절차 안내도 규제신문고 홈페이지, 우편, 이메일(sinmungo@korea.kr), 팩스 등으로 신청이 가능
하다고 씁니다. 온라인 서식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낼 방법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도 조문에 있습니다. 시행령 제12조 제1항이 든 세 가지입니다. 요청한 사람의 성명(법인이면 명칭)·주소·전화번호, 규제의 내용·문제점 및 정비방안, 그 밖의 참고사항입니다. 여기서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칸이 정비방안입니다. 불편하다는 사실만 적으면 ‘현행 유지’ 답이 오기 쉽고, 어느 조문의 어느 요건을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까지 적으면 부처가 그 안을 놓고 답하게 됩니다. 앞 절에서 규제현황으로 조문을 먼저 찾아 두라고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격 제한은 없습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17조 제1항의 주어는 누구든지
이고, 규제신문고 소개 화면도 대한민국 국민·기업·지자체 등 누구나 현장에서 겪는 규제애로를 건의하고, 정부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국민참여형 규제건의 온라인 창구
라고 적었습니다. 사업자등록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소상공인이라고 다른 창구로 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자체 소관 규제를 위한 지자체 규제신문고가 별도 메뉴로 나뉘어 있을 뿐입니다.
답변을 보는 자리는 두 갈래인데 이게 헷갈립니다. 자주묻는질문에 따르면 「나의 건의」는 간편인증 등 로그인
을 해서 보고, 「나의 신청내역」은 건의자의 성명과 전화번호(또는 이메일)를 입력
해서 해당 건의를 고른 뒤 답변보기를 누르는 방식입니다. 국민신문고로 이첩된 건의의 답변도 이 「나의 신청내역」에서 봅니다. 로그인 계정을 안 만들었다면 낼 때 적은 이름과 연락처를 그대로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낸 뒤에 고치는 것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자주묻는질문은 건의신청 단계에서는 건의자가 자유롭게 건의내용을 수정 또는 삭제
할 수 있지만, ‘접수’ 또는 ‘부처검토·협의’ 중인 단계에서는 건의자가 수정을 할 수 없으며 삭제는 취하요청이 가능
하다고 적었습니다. 일단 접수되면 내용을 못 고치니, 조문 번호와 정비방안을 정리한 뒤에 제출하는 편이 낫습니다.
규제샌드박스는 어디로 가는지
규제정보포털 첫 화면 위쪽에 규제샌드박스 바로가기가 크게 붙어 있어서 규제개선 건의와 같은 것으로 보기 쉽습니다. 다릅니다. 주소부터 다릅니다. 규제샌드박스는 www.sandbox.go.kr 이고, 규제개선 건의는 규제신문고입니다.
| 구분 | 규제개선 건의 | 규제샌드박스 |
|---|---|---|
| 다루는 것 | 이미 있는 규제의 폐지·개선 | 신기술 서비스·제품에 붙는 규제의 예외 |
| 창구 | 규제신문고 (www.sinmungo.go.kr) | 규제샌드박스 (www.sandbox.go.kr) |
| 신청 자격 | 국민·기업·지자체 등 누구나 | 해당 신기술로 사업을 하려는 자. 분야별 관계 법률을 따른다 |
| 결과 | 부처의 답변. 받아들여지면 법령이 정비된다 | 특례 부여 여부. 부결되면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
| 기한 | 14일 이내 답변 (한 차례 연장 가능) | 신속확인은 30일 이내 회신 |
둘을 가르는 기준은 규제를 고칠 것이냐, 나만 예외로 빠질 것이냐입니다. 이미 있는 규제가 불합리해서 아예 없애거나 바꾸자는 것이면 규제개선 건의이고, 신기술이라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우선 사업부터 해 보겠다는 것이면 규제샌드박스입니다.
규제샌드박스 안에도 갈래가 셋입니다. 공식 소개 화면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제도 | 쓰는 상황 | 내용 |
|---|---|---|
| 신속확인 | 규제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모를 때 | 규제부처가 30일 이내에 규제 유무를 확인해 회신한다. 회신이 없으면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
| 실증특례 | 근거 법령에 기준·요건이 없거나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때 | 일정 조건에서 시장 실증을 허용한다. 실증 결과에 따라 법령을 정비한다 |
| 임시허가 |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데 허가 근거만 없을 때 | 우선 시장에 내놓도록 임시로 허가하고 그 사이 규제를 개선한다 |
이 가운데 사업 초기에 가장 쓸모 있는 것이 신속확인입니다. 소개 화면은 규제 유무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할 경우 신속확인을 신청하면 규제부처가 30일 이내에 규제의 유무를 확인하도록 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합니다. 특히, 규제부처가 회신하지 않을 경우에는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라고 적었습니다. 회신이 없는 것 자체가 답이 된다는 뜻입니다. 법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19조의3 제1항은 규제의 적용 또는 존재 여부에 대하여 국민이 확인을 요청하는 경우 (…) 이를 지체 없이 확인하여 통보하여야 한다
고 정합니다.
신청 창구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은 미리 알아야 합니다. 규제정보포털 상단의 규제샌드박스 메뉴는 ICT융합·산업융합·규제자유특구·모빌리티·순환경제·혁신금융·스마트도시·연구개발특구로 여덟 갈래로 갈리고, 분야마다 접수하는 곳이 다릅니다. 내 사업이 어느 분야인지부터 정해야 신청서를 낼 자리가 정해집니다. 부결됐다고 끝도 아닙니다. 법 제19조의3 제6항은 규제 특례의 부여를 신청한 자는 (…)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고 적었습니다.
대신 특례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소개 화면은 국민의 생명·안전 등에 우려가 큰 경우 특례를 제한할 수 있고, 적용 중 문제가 생기면 특례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또 사전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고의·과실 입증책임을 피해자에서 사업자로 전환
했다고 명시합니다. 특례를 받으면 그만큼 사고가 났을 때의 부담이 사업자 쪽으로 옮겨 온다는 뜻입니다.